미성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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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7, 미성상가미성일지 2019. 2. 8. 01:52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 미성아파트 단지에 있는 유일한 상가 건물이다. (영빌딩 제외) 어렸을 적 초등학교에 갈때 항상 상가 1층을 지나 사거리를 건너곤 했다. 미성 단지 자체가 규모면에서 상대적으로 주변 장미, 진주, 시영보다 마이너 한 느낌이 강했다. 미성상가도 그러한 성격을 잘 반영했는데, 장미나 시영상가에 비해 규모도 작고 아기자기한 면이 있었다. 지하의 슈퍼는 예전에는 많이 애용했었는데 인근 대형마트에 밀려 점점 손님도 줄고 규모도 위축되었던것 같다. 떡볶이 집도 많이 갔었는데 없어진지 오래이다. 반면 장미상가 슈퍼나 지하의 분식집이나 쫄라집은 여전히 건재하다. 언젠가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 단지와 이 상가에서 지낸 유년기는 나의 다소 마이너리티 지향적인 자의식을 형성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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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5동뒤 공터미성일지 2019. 2. 7. 01:26
5동 뒤~8동 사이 테니스장 근처로 너른 잔디밭이 있다. 잔디밭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잔디가 다 죽어서 없기는 하다. 공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8동에 살았었기 때문에, 매일 아침 이 길로 등하교를 했다. 직장인이셨던 엄마도 아침에 이 길로 출근을 하셨기 때문에 이 길로 같이 가고는 했다. 퇴근길에 장을 보고 오실때 엄마가 든 비닐봉지가 매번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또 봄이면 이 길의 끝자락에 노란색 개나리 한무더기가 피어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밤에는 야간 조명이 5동 끝에 켜졌는데 퍼즐에서 본 오아시스처럼 약간은 환상적인 느낌도 들었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이 곳에서 어렸을 적 잠자리도 잡고 공놀이도 하고 했다. 70~80년대 잠실이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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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1, 미성진주로미성일지 2019. 2. 1. 01:37
미성아파트와 진주아파트 사이에 작은 길이 있다. 2차선 도로인데 양 옆으로 의외로 가로수가 무성하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낙엽으로 멋진 길이다. "미주로"라고 칭하는 분도 보았다. 정식 명칭은 아마 아닐 것이다. 어렸을 이 길에서 유치원 가는 버스도 타고 태권도 가는 차도 타곤 했지만,길 건너편은 무언가 범접하기 어려운 다른 세상이었다. 결정적으로 미성까지는 잠동초등학교로, 진주는 잠실초등학교로 배정되었기 때문에길 건너 단지임에도 (초등학생 사이에는) 교류가 거의 없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양 세계의 변방 지역끼리 강을 두고 있는 형세랄까..중학생 시절쯤 진주 쪽에 작은 상가건물이 생겼다.밑에는 편의점도 있고 위에는 독서실도 있는 건물이었는데, 부모님은 아름다운 길이 훼손될까 걱정하셨다. 아무튼 그 건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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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7, 낮잠미성일지 2019. 1. 28. 01:22
결혼하기 전에는 집안일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그만큼 부모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이다. 청소, 빨래, 분리수거, 이불털기, 장보기...결혼하고, 특히 아기를 낳은 후 주말은 거의 집안일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리는 것 같다. 재건축을 앞둔 어느 일요일. 오늘도 하루는 여느 주말과 다를 바 없이 지나갔다. * 오늘의 미성 그래픽 우유를 먹고 잠이 든 아들과 같이 낮잠을 잤다. 이제 이 공간에서 지낼 수 있는 일요일은 얼마나 될까? 오늘도 역시 이사가는 집이 있다. 하나 둘 이렇게 다 떠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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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6, 재건축 공화국미성일지 2019. 1. 27. 03:07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일상을 잃어버리고 있다.서울이라는 도시는 매우 빨리 변해서 유럽의 도시들처럼 몇 백년이 넘은 건물들이 유지되기는 커녕불과 30~40년 된 건물도 다시 헐고 새로 짓는다.건물 차원이 아니라 골목과 시가지 자체가 깡그리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신도시가 들어선다. 내가 살던 주거지를 정리해보았다. 1982 ~ 1984 잠실 주공 2단지 -> 재건축(1982 ~ 1986 마포 아현동 외할머니댁) -> 재개발1984 ~ 1987 고덕 주공 5단지 -> 재건축1987 ~ 1994 잠실 미성 8동 -> 재건축 (예정)1994 ~ 2009 잠실 미성 6동 -> 재건축 (예정)2009 ~ 2014 분당 판교 12단지2014 ~ 2019 잠실 미성 6동 -> 재건축 (예정) 2000년대 이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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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경비실미성일지 2019. 1. 26. 02:46
내가 사는 6동 경비실 입구. 집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꼭 이 곳을 거쳐야 한다. 미성 단지의 경우 7동만 뺴고는 모두 복도식이며, 6동의 경우 2군데의 경비실이 있는데, 복도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느 곳을 통과해도 무방하다. 내가 6살 때 처음 온 미성아파트. 그전에 살았던 잠실 주공아파트나 고덕아파트에는 없던 시스템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친절한 경비 아저씨도 있었고, 무뚝뚝한 아저씨도 있었고, 말 많이 하시는 아저씨도 있었던 것 같다. 수없이 지나치며, 가볍게 목례드리며, 매번 느끼는 약간의 쭈삣쭈삣한 느낌. 요즘 아파트들은 인적 경비는 단지 한 곳에 집중화가 되고, 개별 입구에는 다 전산화된 자동버튼이라, 이런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 오늘의 미성 그래픽 퇴근 길 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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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3, 신혼 첫 집미성일지 2019. 1. 24. 02:34
퇴거 전 하루하루가 소중하기 때문에 가급적 매일 하나씩은 미성아파트에 관련된 글을 쓰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생활과 육아에 쫒겨 쉽지는 않다. 오늘은 따로 찍은 사진이 없다. 대신 결혼 직후 찍은 사진을 올려본다. 4년이 흘렀다. 그때만해도 이렇게 재건축이 빠르게 진행될지는 몰랐다.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하다. * 오늘의 미성 그래픽 (2014-11월) 2014년말 결혼을 앞두고 5년만에 다시 미성아파트에 들어오게 된다. 가족이 다 분당으로 이사가면서 세를 내주었던 집에 다시 들어오게 된 것이다. 비록 내 집은 아니었지만, 분가를 하고, 세대주가 되어 살게된 첫 집이었다. 임차인을 내보내고 도배를 하던 시간. 그때 찍은 사진들이다. 도배가 끝난지 얼마 안되어 찍은 사진. 초등학교 시절 내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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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2, 집 안과 밖미성일지 2019. 1. 23. 01:28
해가 짧은 겨울이라 아침에 출근할 때면 날이 아직 어둑어둑하다. 어제 저녁에도 달을 보았는데, 새벽까지 떠 있었다. 물론 동에서 서로 위치가 바뀌었지만. 매일 집을 나서면 보는 풍경. 집 밖을 나섰을 때 처음 맞닥드리는 세상의 얼굴. 이제 이 풍경도 얼마 안남았다. * 오늘의 미성 그래픽 아침 7시. 출근하며 복도에서 바라본 서쪽 하늘. 맨 오른쪽이 4동, 그 옆이 3동. 맨 왼쪽이 내가 있는 6동, 그 옆이 5동이다. 예전, 그러니까 2000년대 중반 이전에는 앞에 보이는 높은 건물(포스코 더샾과 푸르지오 주상복합)이 없어서 구 상업은행 건물과 멀리 삼성동 무역센터 건물이 보였었다.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이.. (2002-07-27)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보급 되던 시절, 아버지가 산 카메라로 집 근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