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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0, 그래도 시간은 계속 흐른다미성일지 2019. 4. 21. 02:32
이사한지 거의 한달이 다되어 간다. 매일 퇴근 후, 매주 주말마다 집 정리를 했고 약 3주가 지난 시점부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내와 번갈아가며 아이를 맡아야 해서 노동력은 1/2이 된다는 점이 약점이었다. 미성을 떠나기 전 매우 우울했던 기분이, 이사로 인해 그냥 정신없이 흘러가 버렸다. 특히나 이사 시점 막판이 다가올 수록 더 정신이 없었다. 이것 저것 생각했던 것들을 다 못해보고 그냥 휙 지나가버렸다. 뭐든지 그럴 것이다. 먼 훗날 나이가 들어 죽음을 준비할 때도 그럴 것이다. 막판이 다가올수록 스케줄은 더 밀도가 높아진다. 이런 저런 사정상 주공아파트 5단지로 이사왔다. 미성보다도 더 오래된 단지이다. 초, 중학생 시절 송파대로 건너의 완전 다른 세상, 다른 동네라는 느낌만 있었다. 장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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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4, D-1, 안녕!카테고리 없음 2019. 3. 25. 01:04
이사가기 전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그러다보니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이제 2019.03.25일 새벽 12시 56분. 조금 뒤면 이 곳 미성아파트 6동 000호를 나가야 한다. 여느때처럼 이 공간에서 컴퓨터를 켜고 맥주를 마시고 있고, 안방에서는 아내와 아기가 자고 있지만, 이것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일상이 될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떄부터 써온, 제일 작은 방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그 때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리고 그곳에서 초, 중, 고, 대학교 시절을 보냈고, 결혼을 해서는 아내의 작업 공간이 되었다. 너무도 작다. 내 인생의 작지 않은 부분이 담겨 있다고 보기에는. 잘 있어 나의 공간. 나의 집. 꿈에서, 상상 속에서 다시 찾아 오겠지. 너를 영원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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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3, D-2카테고리 없음 2019. 3. 24. 02:47
이삿날이 다가올수록 더 정신이 없어졌다. 오늘부터 따로 챙겨야 할 짐들을 쌌다. 이제 조금씩 미성에서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오래된 항로를 떠나, 조금씩 또 다른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장모님이 오셔서 짐 정리를 도와주셨다. 그래도 저녁을 먹으며 일상을 담기위해, 마지막까지 침착한 척 하는 나의 기분을 담기 위해 캠코더도 돌리고 사진도 찍었다. 사실 미성을 떠나도 일상은 계속 될 것이다. 더 소중하고 더 즐거운 일상이 펼쳐질지 모른다. 하지만 정신 없는 일과가 끝나고 잠자기 전 누웠을 때, 문득 이곳이 생각날 것이다. 가장이 되고선 처음으로 겪어보는 이사이다. 자질구레한 짐들이 생각보다 많다. 불과 4년만에 살림이 이렇게 늘어난 것인가. 원래 대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내 짐은 작은방에 있는 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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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8, 맑은 봄날 미성에서미성일지 2019. 3. 19. 00:20
너무나 화창하고 간만에 미세먼지도 없는, 맑은 봄날이 이어지는 주말이었다. 미성에서의 마지막 봄날이 그렇게 흘러갔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죽는 날을 안다면 어떠할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환자나 사형수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자기 인생의 끝이 어디쯤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 사실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일부러 회피하려는 심리도 있을 것이다. 마치 죽음은 나와는 관계 없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한다. 그 먼 미래가 되면 충분히 "납득할만큼" 시간이 지나겠지라고 막연히 상상한다. 미성이라는 곳의 퇴거기한, 그리고 내가 이사하기로 결정된 날짜. 인간의 죽음과는 달리 때가 확실하게 정해진 죽음이다. 그래서 더 조바심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사를 가고 나서도, 철거전 출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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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1, 맥주 한 잔!미성일지 2019. 3. 2. 01:55
술을 아주 잘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마시는 술은 정말 맛있다. 입사 초기 작위적인 자리에서 불편하게 먹는게 너무 싫어 술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던 적도 있지만, 즐거운 분위기에서 마시는 적당한 양의 술은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본다. 왜 쓴데 맛이 있을까? 살면서 "맞네!" 하는 명언을 몇 차례 듣고는 하는데, 예전 직장 상사가 했던 말도 그 중 하나다. "술은 쓰기 때문에 질리지 않는다" 음식마다 맞는 술이 있다. 기름지고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는 소주가 잘 맞는다. 하지만 집에서는 소주를 거의 먹지 않는다. 양주는 조니워커 블루가 향이 너무 좋아 가지고는 있기는 하지만 역시 자주 마시지는 않는다. 대신 주로 시원한 캔맥주나 병맥주 한잔이 집에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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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8, 2월의 마지막 모습미성일지 2019. 3. 1. 01:48
2월은 28일까지 밖에 없어서 그런지, 유난히도 빨리 지나가버리는 달이다. 이제 이곳 미성에 있을 수 있는 마지막 달, 3월이 왔다. 이제 정말 퇴거일까지는 한 달, 아니 채 4주도 남지 않았다. 보통 3월은 꽃이 피기 시작하고 새학기가 시작하고, 그래서 마음 한 구석도 새로운 기분에 설레는 시기이도 하지만, 올해는 그런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이제 정말 끝, 그 마지막 지점으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짙어진다. 물론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정신없이 지나쳐 가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빨리 지나가는 시간이 더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인생의 또 다른 챕터 하나가 끝나가고 있다. * 오늘의 미성 그래픽 (2019-02) 출근하는 길, 5. 6동 앞 (2019-02) 출근하는 길, 중앙 통로 북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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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3, 무제미성일지 2019. 2. 24. 02:07
이사 날짜가 정해졌다.이제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정말 딱 한달 밖에 안남은 것이다. 이미 끝나버려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달, 두달 뒤에도 그냥 이곳에 계속 있을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무튼 아직은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 이곳에 있을 때 쓴 글들은 레어템 raretem 이 될테니, 서글프지만 글을 최대한 써보자. * 오늘의 미성 그래픽 (2019-02) 어렸을 적에는 저 천장이 무척 높아보였다. 중1 무렵, 점프를 하면 저 천장에 손이 닿게 되었다. 그 때 농구가 유행이었고, 윗집에 사는 동갑내기 친구와 새벽이나 주말에 잠실고나 잠실중으로 농구를 가고는 했다. 그 이후로도 힘들때면 거실에 누워 저 천장을 바라보고는 했다. (2019-02)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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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일상미성일지 2019. 2. 19. 23:48
출퇴근 할때마다 얼마 후 못보게 될 풍경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 평온한 일상이라고 느껴진다. 헤어진 애인을 다시 만나려고 연락해 어찌어찌 하루 만났을 때, 마치 사귀던 시절의 하루를 떼어놓은 것 같이 자연스러웠지만, 이미 그것은 정상적으로 사귀던 시절의 상황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현수막들 몇 개만 없다면 이 곳이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단지라는 생각이 들까? 오늘도 이렇게 얼마남지 않은 미성에서의 일상은 흘러간다. 다시 또 몇 달 뒤, 몇 년 뒤, 이 시기의 일상들은 또 어떻게 어떠한 느낌으로 기억될까. 이 글을 쓰고 있는 2019.02.19일 11시 29분의 시간도 그렇게 흘러간다. 이곳에 살고 있는 그 어느 순간부터 나는 시간을 의식해왔던 것 같다. 아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