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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18, 맑은 봄날 미성에서
    미성일지 2019. 3. 19. 00:20

    너무나 화창하고 간만에 미세먼지도 없는, 맑은 봄날이 이어지는 주말이었다. 미성에서의 마지막 봄날이 그렇게 흘러갔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죽는 날을 안다면 어떠할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환자나 사형수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자기 인생의 끝이 어디쯤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 사실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일부러 회피하려는 심리도 있을 것이다. 마치 죽음은 나와는 관계 없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한다. 그 먼 미래가 되면 충분히 "납득할만큼" 시간이 지나겠지라고 막연히 상상한다. 


    미성이라는 곳의 퇴거기한, 그리고 내가 이사하기로 결정된 날짜. 인간의 죽음과는 달리 때가 확실하게 정해진 죽음이다. 그래서 더 조바심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사를 가고 나서도, 철거전 출입이 허용될 때까지는 잠시 놀러와서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것은 정상적인 일상은 아니다. 이곳 미성아파트 6동 000호에서의 일상은 이제 1주일도 남지 않았다. 마지막 월요일, 마지막 화요일.. 이제 모든것은 다 마지막인 셈이다. 마지막 청소가 언제일까 마지막 취침은 언제일까, 지금하는 화장실 청소가 이곳에서 마지막 청소가 될 수도 있다. 이 글은 미성에서 쓰는 마지막 블로그이 될 수도 있다.


    2주 연속 주말을 비웠다. 핑계인지 모르겠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2주만이다. 윤동주의 "자화상" 처럼  1, 2월 내내 글을 썼지만 문득 자신이 미워져 돌아가다가, 다시 돌아와 글을 쓰고, 그러한 내 안의 갈등이 계속 되고 있다. 이사일자로 수렴해가는 시간은 점점 느려져가는 것 같기도 하다. 확실한 것은 다음 주 이 시각, 나는 이곳 미성을 떠나 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2019년, 유난히 화창한 봄날이 흘러가고 있다. 



    * 오늘의 미성 그래픽 



    (2019-03)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3월초가 지나고 가을 같이 파랗고 맑은 주말이었다. 가족을 데리고 나가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미성-진주 사이길에서 찍은 내가 사는 6동 동편이 보인다. 




    (2019-03) 언제나 문을 열면 보이는 복도에서의 풍경. 펼 준비를 한 꽃망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9-03) 베란다에서 보는 진주아파트 단지의 풍경. 올림픽회관 너머로 멀리 검단산(?)까지 보이는 정말 맑은 날이었다. 




    (2019-03) 2월말부터 주말마다 집 정리를 하고 있다. 이사가기전 버릴 것은 다 버리고 가고자 한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기는 한데 중학생 때 쯤인가 이 곳 베란다에서 가족끼리 고기를 구워먹기도 하였다. 




    (2019-03) 일상. 너무나도 소중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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