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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23, D-2
    카테고리 없음 2019. 3. 24. 02:47

    이삿날이 다가올수록 더 정신이 없어졌다. 오늘부터 따로 챙겨야 할 짐들을 쌌다. 이제 조금씩 미성에서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오래된 항로를 떠나, 조금씩 또 다른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장모님이 오셔서 짐 정리를 도와주셨다. 그래도 저녁을 먹으며 일상을 담기위해, 마지막까지 침착한 척 하는 나의 기분을 담기 위해 캠코더도 돌리고 사진도 찍었다. 사실 미성을 떠나도 일상은 계속 될 것이다. 더 소중하고 더 즐거운 일상이 펼쳐질지 모른다. 하지만 정신 없는 일과가 끝나고 잠자기 전 누웠을 때, 문득 이곳이 생각날 것이다. 


    가장이 되고선 처음으로 겪어보는 이사이다. 자질구레한 짐들이 생각보다 많다. 불과 4년만에 살림이 이렇게 늘어난 것인가. 원래 대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내 짐은 작은방에 있는 책과 옷 얼마가 전부였는데...


    어렴풋이 6.25때 피난 가던 사람들의 흑백 사진이 떠올랐다. 지금 피난을 간다면 난 무엇을 챙겨야 할까. 인간이 두 손에 쥐고 갈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적다. 다 놓아 버려야 한다. 그렇게 잃어버린 유물과 유적들.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삶의 흔적들이 파괴되고 사라졌을까.



    * 오늘의 미성 그래픽 



    (2019-03) 이제 곧 떠날 경비실 앞에서. 낮에 잠시 진눈깨비가 내렸다. 꽃샘추위란 단어는 정말 예쁜 단어같다. 




    복도의 저 등은 아마 입주 초기부터 있지 않았을까? 1980년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디자인.




    마찬가지로 전기 계측기 디자인도..




    오늘도 많은 집이 이사를 갔다. 이제 절반 넘는 세대가 빠져나간 느낌이다. 밤이 되면 꽉 차서 주차하기 어려웠던 공간이 이제 여유가 있다. 편하면서도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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