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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7,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미성일지 2019. 2. 17. 15:13
미성아파트 단지에 처음 온 것은 1987년 11월, 그 후 1990년대는 온전히 미성 단지에서 보냈었다. 2000년대는 2009년 가족들이 분당에 이사갔고 나도 자취생활을 하느라, 2010년대는 신혼집으로 들어온 2014년부터 2019년 초까지만 생활을 하느라, 실제 전체를 온전히 미성에서 지낸 것은 1990년대 밖에 없다. 1990년대 초반, 나에게 큰 이슈 중 하나는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이었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몇 년뒤 곧 닥칠 재앙을 앞두고 사람들이 너무나 태평하게 보였고, 그냥 이렇게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는 게 무섭게 느껴졌었다. 6년뒤, 평온한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곧 우주 괴물들이 닥칠텐데..1999년 - 2000년.너무나 큰 숫자가 바뀌는 것이고, 그 예언은 정말 적중할 것만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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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1, 커뮤니티 인프라미성일지 2019. 2. 12. 01:37
1932년 지어진 충정아파트부터 해서 (아직도 남아 있다), 아파트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100년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1960년대 지어진 마포아파트는 처음으로 단지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 네이버 지식백과)단절과 개인주의, 효율의 상징인 아파트에,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은 어찌보면 어울리지 않는 개념일수도 있다. 그냥 개별적인 거주 공간이 아닌, 교류도 하고 문화생활도 향유하는 일종의 마을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미성아파트에도 커뮤니티의 장치를 보여주는 그러한 몇 가지 사례들이 있다. 경로당이라든지, 월요장터, 마을문고, 부녀회, 테니스장 등이 그러한 예시이다. 이제 재건축을 앞두고 그 기능들이 하나 둘 씩 정지되어 가지만 그 흔적은 아직 남아 있다. 주말에 찍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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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7, 미성상가미성일지 2019. 2. 8. 01:52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 미성아파트 단지에 있는 유일한 상가 건물이다. (영빌딩 제외) 어렸을 적 초등학교에 갈때 항상 상가 1층을 지나 사거리를 건너곤 했다. 미성 단지 자체가 규모면에서 상대적으로 주변 장미, 진주, 시영보다 마이너 한 느낌이 강했다. 미성상가도 그러한 성격을 잘 반영했는데, 장미나 시영상가에 비해 규모도 작고 아기자기한 면이 있었다. 지하의 슈퍼는 예전에는 많이 애용했었는데 인근 대형마트에 밀려 점점 손님도 줄고 규모도 위축되었던것 같다. 떡볶이 집도 많이 갔었는데 없어진지 오래이다. 반면 장미상가 슈퍼나 지하의 분식집이나 쫄라집은 여전히 건재하다. 언젠가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 단지와 이 상가에서 지낸 유년기는 나의 다소 마이너리티 지향적인 자의식을 형성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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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5동뒤 공터미성일지 2019. 2. 7. 01:26
5동 뒤~8동 사이 테니스장 근처로 너른 잔디밭이 있다. 잔디밭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잔디가 다 죽어서 없기는 하다. 공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8동에 살았었기 때문에, 매일 아침 이 길로 등하교를 했다. 직장인이셨던 엄마도 아침에 이 길로 출근을 하셨기 때문에 이 길로 같이 가고는 했다. 퇴근길에 장을 보고 오실때 엄마가 든 비닐봉지가 매번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또 봄이면 이 길의 끝자락에 노란색 개나리 한무더기가 피어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밤에는 야간 조명이 5동 끝에 켜졌는데 퍼즐에서 본 오아시스처럼 약간은 환상적인 느낌도 들었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이 곳에서 어렸을 적 잠자리도 잡고 공놀이도 하고 했다. 70~80년대 잠실이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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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1, 미성진주로미성일지 2019. 2. 1. 01:37
미성아파트와 진주아파트 사이에 작은 길이 있다. 2차선 도로인데 양 옆으로 의외로 가로수가 무성하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낙엽으로 멋진 길이다. "미주로"라고 칭하는 분도 보았다. 정식 명칭은 아마 아닐 것이다. 어렸을 이 길에서 유치원 가는 버스도 타고 태권도 가는 차도 타곤 했지만,길 건너편은 무언가 범접하기 어려운 다른 세상이었다. 결정적으로 미성까지는 잠동초등학교로, 진주는 잠실초등학교로 배정되었기 때문에길 건너 단지임에도 (초등학생 사이에는) 교류가 거의 없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양 세계의 변방 지역끼리 강을 두고 있는 형세랄까..중학생 시절쯤 진주 쪽에 작은 상가건물이 생겼다.밑에는 편의점도 있고 위에는 독서실도 있는 건물이었는데, 부모님은 아름다운 길이 훼손될까 걱정하셨다. 아무튼 그 건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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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궤도와 홈페이지습작노트 2019. 1. 29. 01:59
내가 블로그명을 경성궤도 정거장으로 한 것은 일종의 중복 오마주(hommage)라고 볼 수 있다. 1. 경성궤도에 대한 오마주 경성궤도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동대문~왕십리~뚝섬 / 광나루 까지 운행하던 교외철도 이다. 현재의 2호선 성수지선 + 2호선 왕십리~강변 구간 + 5호선 광나루역 과 매우 유사한 구간을 달렸다. 어렸을 적부터 잠실에 거주했던 나는, 외가와 친가가 있던 아현동에 갈때마다 80년대부터 이 구간을 이용하였다.경성궤도의 존재를 알게 이후, 대부분 지상구간으로 이루어진 이 구간을 지날때마다 한적한 서울의 교외를 다니던 경성궤도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비록 그때는 잠실이 섬이었고 경성궤도는 한강을 건너지 못했지만, 우리가 식민 지배와 동란을 겪지 않고 철도 교통도 일찍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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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7, 낮잠미성일지 2019. 1. 28. 01:22
결혼하기 전에는 집안일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그만큼 부모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이다. 청소, 빨래, 분리수거, 이불털기, 장보기...결혼하고, 특히 아기를 낳은 후 주말은 거의 집안일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리는 것 같다. 재건축을 앞둔 어느 일요일. 오늘도 하루는 여느 주말과 다를 바 없이 지나갔다. * 오늘의 미성 그래픽 우유를 먹고 잠이 든 아들과 같이 낮잠을 잤다. 이제 이 공간에서 지낼 수 있는 일요일은 얼마나 될까? 오늘도 역시 이사가는 집이 있다. 하나 둘 이렇게 다 떠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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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6, 재건축 공화국미성일지 2019. 1. 27. 03:07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일상을 잃어버리고 있다.서울이라는 도시는 매우 빨리 변해서 유럽의 도시들처럼 몇 백년이 넘은 건물들이 유지되기는 커녕불과 30~40년 된 건물도 다시 헐고 새로 짓는다.건물 차원이 아니라 골목과 시가지 자체가 깡그리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신도시가 들어선다. 내가 살던 주거지를 정리해보았다. 1982 ~ 1984 잠실 주공 2단지 -> 재건축(1982 ~ 1986 마포 아현동 외할머니댁) -> 재개발1984 ~ 1987 고덕 주공 5단지 -> 재건축1987 ~ 1994 잠실 미성 8동 -> 재건축 (예정)1994 ~ 2009 잠실 미성 6동 -> 재건축 (예정)2009 ~ 2014 분당 판교 12단지2014 ~ 2019 잠실 미성 6동 -> 재건축 (예정) 2000년대 이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