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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6, 재건축 공화국미성일지 2019. 1. 27. 03:07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일상을 잃어버리고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매우 빨리 변해서
유럽의 도시들처럼 몇 백년이 넘은 건물들이 유지되기는 커녕
불과 30~40년 된 건물도 다시 헐고 새로 짓는다.
건물 차원이 아니라 골목과 시가지 자체가 깡그리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신도시가 들어선다.
내가 살던 주거지를 정리해보았다.
1982 ~ 1984 잠실 주공 2단지 -> 재건축
(1982 ~ 1986 마포 아현동 외할머니댁) -> 재개발
1984 ~ 1987 고덕 주공 5단지 -> 재건축
1987 ~ 1994 잠실 미성 8동 -> 재건축 (예정)
1994 ~ 2009 잠실 미성 6동 -> 재건축 (예정)
2009 ~ 2014 분당 판교 12단지
2014 ~ 2019 잠실 미성 6동 -> 재건축 (예정)
2000년대 이후에 생긴 구조물 이외에는
남아있는 게 없다.
그냥 내가 자라온 공간은
이제 몇 장의 사진들과
사람들의 기억속에만 남게 되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제개발의 과실을 누려온 세대를
일반적으로 1970년대생 이후로 본다.
그리고 이것은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파트 키즈가 등장하는 세대와도 비슷하다.
나도 그 중 하나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도 아니고,
이 시멘트 구조물이 뭐라고.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그리워하고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하루하루 먹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일반 대중들의 제대로 된 재테크 수단이 아파트 밖에 더 있나.
사실 뭐 그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던 공간을 상실한다는 것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월남 후 평생 고향에 돌아지 못한 실향민이었던 나의 외조부모님이나,
살아왔던 공간이 모두 소멸되어 버린 나나,
그 밑바탕에 깔린 심리는 비슷하지 않을까.
* 오늘의 미성 그래픽
오늘은 非 미성(?) 사진으로 시작해본다.
(1983-08월) 부모님의 신혼집이던 잠실 주공 2단지 아파트.
2000년대 중반에 헐렸다.
나의 돌 무렵 - 너무 어려서 기억은 안 난다.
(1984-01월, 05월) 강동구 고덕동 주공아파트 5단지.
2010년대 초반 헐렸다.
여기부터는 나의 기억속에도 있다.
갑자기 2019년으로 워프.
언제 한번 부모님 댁에 가서 미성에서 찍은 옛날 사진들을 가져와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밑에 집이 이사를 갔다.
밑에 집에도 예전에는 아는 분이 살았었는데 이제 빈 집이다.
6동 앞 주차장.
이사때면 주차 공간을 비워주어야 했는데, 이제 매우 빈번해질듯 하다.
안내문도 오고,
재건축이 점점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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